세상의 모든 저녁으로 가는 방법
세상의 모든 저녁으로 가는 방법 버스 구석 자리에 앉아 귤을 까서 입에 넣고 있을 때였다. 귤빛 노을이 부시게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세상의 모든 저녁으로 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노을의 조금은 긴 이야기 속에선 시큼한 맛이 났다. 입 안의 귤은 다소 쓸쓸해했다. 버스는 어느 정류장에서도 멈추지 않고 세상의 모든 저녁으로 달려갔다. 버스에 앉아 있으면 세상의 높고 차가운 소리만 들려온다. 낮고 따스한 소리는 단단한 유리창에 의해 검문 당한다. 쓸쓸해하는 귤에게 한 자락 위로가 될까하여 지나간 노래들을 흥얼거려 본다. 노래 속에서는 오래전 헤어진 연인이 웃고 있기도 하고, 저주하고 있기도 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사랑은 즐거운 것이었는지, 저주 받을 죄였는지, 양희은의 노래처럼 쓸쓸한 것이었는지..
소설/짧은 소설 2011. 2. 19.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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