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용서해본 적이 있나요 곱단은 서둘러 그이를 깨웠다. 그이가 깜짝 놀라 눈을 떴을 때, 이미 문밖에서 여러 사람의 인기척이 들려왔다. 마을 사람들이다. 두 사람은 직감했다. 곱단은 그이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같이 가는 거예요. 죽더라도 우리 같이 죽는 거예요. 아시겠죠?! 곱단의 눈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그이는 망설였다. 아니, 그보다는 자기 앞에 닥쳐온 갑작스런 죽음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곱단이 어제까지 알던 그이가 아니었다. 곱단은 흔들리는 그이의 눈빛을 바로잡으려는 듯이 그이의 손을 꼭 맞잡았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밖에서 쿵! 하고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오두막집이 우르르 흔들렸다. 그이의 손은 더욱 더 떨렸다. 곱단은 그이를 품에 안고 어린애를 어르듯이 등을 ..
여섯째 날 딸아, 손아귀에 좀처럼 힘이 주어지지 않는구나. 펜을 들어 글씨를 쓰는 일조차 온 힘을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늘은 아주 늦잠을 자버렸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라 알뜰하게 쓰고 싶었는데 말이다. 정오가 지나서야 눈을 떴다. 하마터면 눈을 못 떴을지도 모를 일이니… 그렇게라도 깨어난 것에 감사해야겠구나. 커튼을 열어보니 햇살이 정말 눈부셨다. 햇볕이란 것이 이토록 따스하고 환한 것이었는지 미처 알지 못하고 살았다. 해변으로 나가 좀 걸었구나. 그 사람과 함께 어머니의 유골을 떠나보낸 곳에 섰다.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마치 그 사람의 손길 같았다. 그리웠다. 그 사람뿐만이 아니다. 모든 지나간 것들. 잘못 보낸 시간들. 내가 내 스스로 망쳐버린 아름다운 순간들. 어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