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명대 303과 우리의 생은 때로 어떤 음악에게 빚을 진다. 오지은 서영호의 프로젝트 음반 을 씨디플레이어에 걸고 첫 가사를 들었을 때 내가 이 음악에게 빚을 지겠구나 직감했다. 이 음반이 첫 번째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유지하고 있는 분위기를 표현하자면 다소 긴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쓸쓸함이라거나, 외로움 같은 말로 간단히 표현하거나, ‘멜랑꼴리’ 같은 세 줄 짜리 음악평론에 등장하는 어휘를 사용할 수는 없다. 20대 시절에 나와 친구들은 양명대 303에서 종종 모여 대통령 선거라든가, 마음이 이끌리기 시작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양명대’는 우리 중 한 친구가 살던 빌라의 이름이고, 삼공삼은 당연히 303호실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다 술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었지만, 묘하게도 양명..
무의미한 밤 열대야도 막바지였다. 차에 시동을 걸었다. 어째서인지 잘 걸리지 않았다. 차에서 내려 본네트를 열고 엔진 부근을 살펴보았다. 물론 엔진 구조에 대해 배운 것은 10여년 정도 전인 중학교 3학년 기술 시간이었다. 손가락 끝에 기름 때를 몇 번 묻혀보다가 다시 본네트를 닫았다. 운적석에 다시 앉아 시동을 걸었다. 특별히 한 일도 없는데 시동이 걸렸다. 차를 돌려 오래된 주공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왔다. 새벽 1시. 입구에 가까워지자 뒤늦게 주공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을 차들이 제멋대로 주차되어 있었다. 간신히 빈 틈들을 찾아 차를 몰았다. 세 번째 난관에 봉착했을 때는 집으로 다시 들어가려고도 했다. 세번 째 난관이란 간신히 9인승 벤츠와 12인승 스타렉스 사이를 빠져나왔을 때 일어났다. 직진 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