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를 만났어
보노보노를 만났어 나, 보노보노를 만났어. 캐롤 송 ‘라스트 크리스마스’가 흘러나올 무렵이다. 그녀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한다. 원체 엉뚱한 이야기를 잘 꺼내던 그녀라 대수롭지 않게 흘려 듣는다. 그 비버 말이지? 내가 되묻는다. 비버가 아니라, 해달이잖아. 그녀의 왼쪽 눈썹이 신경질적으로 기울어진다. 그랬었나? 그랬었나가 아니잖아, 그런 거야, 애초부터 작가가 그렇게 설정한 거잖아. 그녀에게 그런 기묘한 이유로 일일이 화를 내지 말아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하고 싶지만 참기로 한다. 아무튼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가 아닌가. 그래, 만나서 뭘 했는데.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며 묻는다. 지금, 뭘 했느냐가 중요해? 그녀는 오늘 밤 나와 대화할 의사가 없는지도 모른다. 뭘 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보노보노를 만났..
소설/짧은 소설 2013. 12. 25.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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