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안 온 날
전화가 안 온 날 이 시간이면 그는 항상 전화를 했다. 허나 오늘은 아직이다. 창밖에서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린다. 미안하지만 들어올 수는 없다. 가뜩이나 습기가 가득찬 마음에 더 수분을 들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를 만나던 때에도 비가 왔었다.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고. 내 마음도 날씨 같았다. 불을 모두 꺼둔 방은 별빛을 잃은 우주처럼 서늘하다. 똑딱똑딱. 시간을 미는 초침 소리만이 또렷하다. 저 놈의 초침 소리가 시간을 밀고 있는 탓에 내 마음은 더욱 초조하다. 나는 덮고 있던 이불을 제치고 일어났다. 보이지 않지만 익숙하게 벽시계를 떼어내어 전지를 뽑았다. 그리고 시간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더 이상 누구도 시간을 밀어내지 못했다. 초침 소리가 멈추자 수돗물 소리 같던 빗소리가 갑자기 폭포 소리..
소설/짧은 소설 2014. 1. 7. 07:32
최근에 올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