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는 여름과 겨울이 반쯤씩 섞여 있었다. 그래서인지 강변의 벤치 위에 흰 런닝셔츠 바람으로 드러누운 중년의 남자가 보이는가 하면, 긴팔 운동복을 갖춰 입고 몸을 움츠린 채 경보를 하는 중년의 여자도 보였다. 이쪽 편에 놓인 아파트 단지의 불빛이 거의 꺼져 있는 반면, 강 건너편에는 더러 불빛들이 켜져 있었다. 지도를 보는 취미가 없었으므로 강 저편이 무슨 동인지는 알 수 없었다. 행정구역상의 어떤 마을이라기보다는 다른 행성처럼 느껴졌다. 조금 걷다보니 역시 바람에서 여름을 느끼는 빈도가 높아졌다. 이마 언저리에 땀방울이 맺혔다. 옷깃으로 아무렇게나 땀을 훔쳐냈다. 훔쳐낸 자리로 선뜻하게 바람이 불어들었다. 잔디를 보호합시다라고 쓰인 푯말을 보았다. 주위를 살폈다. 잔디 속으로 들어가..
소설/짧은 소설 2013. 2. 2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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