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킹콩 2
2 젊을 때의 아버지는 좀 더 혈기왕성한 사람이었다. 전태일의 죽음에 분개하고, 광주학살에 눈물을 흘렸다.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에 나서는 일이 많았다. 낭만적 세계의 건설을 위해서였다. 독재자는 사라졌고, 노동법은 준수되기 시작했다. 함께 싸웠던 몇몇은 민주화 투사의 훈장을 달고 정치인이 되었다. 아버지는 다만 원래의 장소로 돌아왔다. 곁에는 젊은 투사와 사랑에 빠진 소녀가 있었다.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일하던 공장의 경리였다. 모두가 그녀를 사랑했지만, 성공한 것은 아버지였다. 내가 태어났고 80년대는 사랑보다 빠르게 사라져 갔다. 현상에서 현실적인 요소들을 제거할 때만 ‘낭만성'은 획득되었다. ‘낭만성'이라는 꽃은 상상력이 허락되는 백지의 정원에서만 피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낭만적이었으..
소설/짧은 소설 2011. 7. 15.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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