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
폭설이 내린 다음 날이었다. 일주일 내내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던 아침 기온은 영상을 회복했다. 사무실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누가 황씨 노인의 집에 방문하는가를 두고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내 몫이 될 것을 예감했다. “김군이 가지.” 사무국장의 말에 모두들 안도했다. 황씨 노인은 30년 넘게 혼자 살고 있는 독거노인으로 자기 이름도 모를 정도의 치매를 앓고 있었고, 여러 가지로 건강상황이 좋지 않아 다들 이번 혹한을 넘기기 어려울 거라 예상했다. 사실상 시신을 확인하러 가는 방문이었다. 황씨 노인이 살고 있는 쪽방촌으로 향하는 가파른 비탈길에도 눈이 가득 쌓여 엉금엉금 기어올라 가야 했다. 미련이 남은 듯 하늘에선 진눈개비가 소륵소륵 떨어지고 있었다. 수차례 미끄러 넘어지면서도 기어이 죽음을..
소설/짧은 소설 2021. 3. 21.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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