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이기는 것은 힘들었지만 죽이는 것은 쉬웠다. 사람을 이긴다는 것은 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죽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 두 가지 항을 충족시켜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죽이는 것은 오직 지지 않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박 군을 죽이는 일은 너무 간단해서 실망스러울 지경이었다. 늦은 밤 박 군은 동네 편의점에서 디스 한 갑을 사서 나왔고, 곧 흡연을 위해 인적이 드믄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그가 담배를 입에 물고 호주머니에서 라이터를 찾는 순간 소년은 그의 뒷목에 과도를 내리 꽂았다. 박 군은 피를 쏟으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소년은 그 자리를 벗어나 멀찍이 떨어진 건물의 옥상에서 박 군의 숨이 멎어가는 과정을 지켜봤다. 거리가 피로 물드는 장면은 붉은 장미꽃이 피어나는 장면과 닮았다. 다행히 휴대폰 전..
本 소년은 나의 진료실에서 눈을 뜨자마자 간호를 하던 딸과 눈이 마주쳤다. 딸은 소년보다 한 살이 어렸고 아름다웠다. 딸은 소년이 생각하던 아름다움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단발 머리모양과 하얀 피부, 붉은 입술, 드러날 듯 말듯 여리게 솟은 가슴. 가는 팔과 다리. 무심한 듯 자상한 성격. 소년은 딸에게 첫 눈에 반했다. 첫 눈에 딸이 자신의 여자임을 알았다. 딸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소년이 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딸은 소년에게 물었다. 그 깡패들한테 왜 쫓기고 있었어요? 소년은 침묵했다. 쫓기고 있던 건 맞아요? 답하지 않았다. 저한테 반했어요? 소년은 답할 수 없었다. 딸은 답을 들었다. 딸이 말했다. 이렇게 맞고 다니지 마요. 슬프잖아요. 소년은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