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지 마시오
건너지 마시오 음 그렇다. 저건 ‘건너지 마시오.’다. 분명히 횡단보도에서 검은 색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지면 ‘건너지 마시오.'라는 뜻이다. 주황빛처럼 건널까 말까도 아니고 명백히 거기 멈추라는 뜻이다. 단호하고 결의에 찬 빛깔이다. 200미터쯤 떨어진 거리에서 초록불빛을 발견하고 우사인 볼트마냥 전력 질주해왔건만 코 앞에서 신호등은 빨간불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도무지 세상은 불공평 투성이다. 모든 것이 운에 의해 좌우될 뿐 사력을 다해 노력해온 사람에게는 좀체 마땅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았다. 툴툴거리며 횡단보도 앞에 서있자니 마음 속에서 악마가 마이크를 잡는다. “이봐, 바보냐. 그냥 건너라고. 시간이 아깝다 정말. 보라고. 차도 한 대 안 다니잖아. 게다가 여긴 정식 횡단보도도 아니잖아. 속 터지니..
소설/짧은 소설 2011. 9. 1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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