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질 수 없는 것
말해질 수 없는 것 바로 이때다. 해는 수평선 아래로 완전히 잠겼다. 뒷 편의 아파트에서 일제히 형광등이 켜졌지만 해변의 어둠을 몰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남자는 옆에 앉은 여자의 얼굴을 들여다보았지만 희미한 윤곽만 알아볼 수 있었다. 여자는 남자가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 차리지 못했다. 이때가 아니면 영원히 기회는 오지 않겠다는 직감. "나 있잖아..." "어 왜?" 여자의 목소리에 바다가 잔뜩 베어 있다. 쏴아 밀려가는 썰물 소리에 말문이 막힌다. 남자는 여자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가 처음 만난 게 언제였더라?" "몰라, 한 10년 됐나." 기억나지 않는 말을 남자는 이어간다. 여자는 남자의 기억을 재생시키는 일에 관심이 없다. 여자는 무엇에 관심이 있을까...
소설/짧은 소설 2014. 1. 27.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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