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동해기행
동해기행 가버린 것은 세월만이 아니었다 내가 여행을 떠났을 때 그제서야 비로소 영영 오지 않을 것들이 집의 주인이 되었다 여행지의 밤 하늘엔 별 대신 무수한 이야기들이 총총히 켜져 잠을 쫓았다 나를 채우고 있던 바다가 한꺼번에 세상으로 밀려나가는 꿈을 꾸었다 어느덧 수평선 위였다 해는 아직 떠오르지 않았다 성성히 흩날리는 눈발을 보고 싶었다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는 박제된 추억을 손아귀에 힘껏 그러쥐고 싶었다 눈은 오지 않았다 아무것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뜻하지 않은 일기를 쓰는 날만이 이어졌다 누군가는 상처를 그 위에 기록했다 죄 많은 나는 상처를 쓰다가 지우곤 했다 사랑한 기억들이 유행한 노래처럼 또렷했다 너를 바라볼 때 나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을까 낡은 모텔의 거울 앞에서 엔돌핀을 만든..
운문/읊조리다 2011. 12. 21.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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