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리 - 아니 에르노 지음, 임호경 옮김/열린책들 저 멀리의 수평선을 바라보는 곳 이상하다. 1940년 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태어난 프랑스의 한 여성 작가와 내가 어쩌면 이렇게 깊은 곳에서 서로 마주할 수 있을까. 벌써 작년의 일이다. 표지나 작가의 사진을 보고 책을 고르는 나의 습관을 알고 있던 친구가 집을 방문하며 내게 책 두 권을 선물로 주었다. 아니 에르노의 와 였다. 친구의 방문이 있었던 얼마 뒤 를 읽었다. 하지만 왠지 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어째서? 를 읽는 내내 어머니를 떠올렸다. 작가의 어머니와 내 어머니는 다른 듯 유사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를 읽는 동안 나는 여러 번 상념에 젖어야 했다. 를 꺼려한 것은 아버지를 떠올리게 될까봐 우려가 된 탓이다. 우려는 빗나가지 않..
한 여자 -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열린책들 우리는 누구나 유년을 지나 어른이 되고, 저녁이 되면 석양이 지는 것을 함께 바라본다 어느 날 서점에 갔더니 인상적인 사진 한 장을 표지로 한 책이 진열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아니 에르노라는 작가가 쓴 라는 책이었다. 모노크롬으로 된 사진 속의 여성은 많은 사연을 담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책을 열어보지는 않고 그 사진만 한참을 들여다보다 자리를 옮겼다. 얼마 후에 서점에 갔더니 같은 사진인데 이번에는 세피아빛깔이다. 제목은 라고 쓰여 있었다. 제목과 표지가 자아내는 아련한 느낌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책 날개의 저자에 대한 소개를 읽어보다가 약속 시간이 되어 서점을 서둘러 나왔다. 그리고 며칠 뒤 친구가 나에게 선물로 책을 두 권 건냈다. 놀랍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