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배달부의 나무 그도 몰래 나무 한 그루가 희붐히 피었다. 나무의 머리카락은 머다래서 올려다보면 먼 우주 별 자리의 신화들이 밤마다 가지에 앉았다. 그의 나무를 사람들은 보지 못했다. 다만 그 혼자만이 조그맣게 열린 창으로 나무를 바라보곤 하는 것이다. 여름이어서인지 한 차례 비가 올 때마다 나무는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꼭 그가 바라보는 우주를 다 덮어버릴 기세로.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제복을 입고 우체국으로 향하는 이였다. 요즘은 이메일이 활성화 된 까닭에 우편업무가 줄긴했지만, 그래도 그가 일하는 곳은 바쁜 편이었다. 그의 일은 편지를 각각의 주소로 배달하는 일이다. 가끔 엉뚱한 주소로 편지가 가기도 했지만 대부분 제 주인을 찾아갔다. 사람들에게는 그 마음 속에 저 마다의 주소가 있어서, 사실 편..
자폐증 비눗방울 아이 공기가 얼어붙는 겨울 밤 하늘에 0.1초 전에 생긴 비눗방울 하나가 날아다닙니다. 안녕하세요. 나는 0.3초 전에 생긴 비눗방울이지요. 비눗방울은 자폐증에 시달리는 어린아이처럼 사람들의 손길을 피해 바람과 바람 사이를 떠돕니다. 제발, 내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 당신이 금방 손을 씻고 왔다고 해도 저는 느껴요. 당신 손에서 나는 지독한 비린내를요. 당신 손의 그 더러운 표정을 봐요. 언제라도 나를 만질 권리가 있는 것처럼 나를 보고 있잖아요. 비눗방울은 거리에 나온 사람들의 머릿카락 사이를 날아다닙니다. 비눗방울은 이대로 하늘로 오르고 올라 누구의 손에도 닿지 않는 저 먼 별에까지 닿기를 꿈꾸어 봅니다. 나는 저 달로 갈 거에요. 나는 알아요. 저 달에 토끼가 산다는 건 어른들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