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죄송합니다. 선배님!” 후임 설치기사는 소리 높여 정중하게 사과했다. 이어서 나에게 가벼운 목례를 하고 보일러실 쪽으로 절도 있게 걸어 갔다. 선임의 핀잔이 날아들었지만 그는 의연했다. 곧 선임 기사가 보일러실에서 나왔다. “신문지 없어요?” 앞 뒤 맥락이 전혀 없는 질문이었다. “네?!” 라고 물어도 선임 기사는 신문지가 있어야 하는데 라는 말만 반복했다. 내 어리둥절한 표정을 읽은 쪽은 역시 후임 기사 쪽이었다. “보일러실까지 갈 때 신발을 신었다 벗었다하는 게 영 번거로운 일이라서요.” 그제야 나는 아아 라고 깨달음의 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런데 신문지가 하나도 없어요.” 나는 일간지 신문 구독자가 아니었으며, 매일 아침마다 지하철 역 앞의 무가지를 일일이 챙겨보는 타입도 전혀 아니었다...
소설/짧은 소설 2013. 3. 1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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