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들 1
거위들 “이걸 뭐라고 읽어야 하죠?”“룬스. 거위들이라는 뜻이네요..” 중고 음반을 파는 가게의 점원은 자신 있게 말했다. 나는 4천 원에 낯선 외국 음반을 한 장 구입해 가게를 나왔다. 9월의 가운데였다. 바람은 아직 상냥한 냉기를 품고 있었다.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선배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았다. 재수를 하겠다고 수도 서울에 상경한 것은 작년 겨울 수능 결과가 발표된 이후였다. 재수를 선택하지 않아도 수도권의 중하위권 대학에는 입학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왔지만 나는 만족할 수 없었다. 선배와 같은 대학교의 캠퍼스를 거닐 수 없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었다. “재수를 할 거에요.”“힘들텐데...”“보고 싶어요.”“나도.” 선배는 단지 대화의 흐름에 맞춰준 것 뿐이었는지도 몰랐다. ..
소설/긴 소설 2015. 9. 1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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