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있었다 5
그러면서 남자친구가 풀어놓는 태양계 속에 자리한 아홉개의 행성과 60여개의 달에 관한 이야기는 끝도 없는 항해로로 내 마음을 떠밀었다. 어느 지점부터인가 나는 키를 놓았고, 노를 버렸다. 남자친구가 황급히 떠나간 호텔 침대 위에 누워서 아침 햇살을 맞았을 때는 먼 우주를 유영하는 보이저 1호가 된 기분이었다. 돌아올 수 없는 길을 혼자 걷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 불안감. 남자친구는 보이저 1호는 인간이 만든 것 중에서 지구에서 가장 멀리 가 있는 물체라고 했다. 보이저 2호가 뒤를 따르고 있지만 둘은 아마도 영원히 만날 수 없을 거라고도 했다. 그의 말을 듣고 나는 문득 에덴 동산의 아담과 이브를 떠올렸던 것 같다. 시차를 달리해 태어난 두 성별의 인간은 어쩌면 1977년 8월과 9일에 각각 우주로 쏘..
소설/짧은 소설 2012. 12. 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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