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있었다 4
의사의 첫마디는 각오를 하셔야 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대체 무슨 각오를? 이라고 물을 필요는 없었다. 드라마 대사는 현실을 복제했고 현실은 드라마 대사를 복제하는 세상이었으니까. 유방암이라고 했다. 비극의 드라마가 다 그렇듯이 초기는 아니었다. 중기와 말기의 사이라고 했다. 가파른 언덕을 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언덕을 넘어가면 쉼터가 나올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올라왔던 비탈길로 고꾸라져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물론 의사가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었다. 마음 속의 번역일 뿐. 병원을 나오는 길에 엄마의 손을 잡았다. 나보다 작은 손. 창백한 손. 남자친구는 칼 세이건의 말을 인용해 지구를 표현하기를 즐겼다. 창백한 푸른 점. 엄마의 손은 창백한 하얀 점. 그 손에 지구의 운명이라도 달려있는 듯 조심스..
소설/짧은 소설 2012. 12. 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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