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있었다 6
종로에서 친구와 헤어지고 혼자 길을 걸었다. 종묘에서 안국역까지. 인사동길을 가로질렀다. 토요일이라 사람들이 붐볐다. 루체른에서의 나와 그를 닮은 외국인들이 보였다. 남극탐사대원처럼 패딩점퍼에 방한 마스크와 두터운 목도리까지 여러겹한 사람은 남국에서 왔을 것이었다. 한편 북국에서 온 외국인들은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이쯤이야 라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항구도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외국인의 모습이 이제는 일상적인 것이 되었다. 지도 위에 있는 검은 점 어디에서나 다른 검은 점으로 이동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 자신이 태어난 세계에 불만을 품은 이들은 여행자가 되기를 꿈꾸었다. 이국의 여행자가 되어 고국에 대한 향수병을 느낀 뒤에야 내가 태어나고 살았던 곳이 그리 나쁘지 않았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물론 걔..
소설/짧은 소설 2012. 12. 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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