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재즈 까페 두 페이지로 구성된 메뉴판을 받았다. ‘잇츠 온리 어 페이퍼 문’이 엘라 피츠제럴드의 목소리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손글씨로 쓴 메뉴에는 커피 원두 산지의 이름들이 죽 나열되어 있다. 탄자니아, 브라질, 킬리만자로, 코나, 에디오피아, 케냐, 에콰도르, 페루. 어느 곳 하나 가본 적 없는 이국의 이름들이다. 신맛, 쓴맛, 바디감 등의 용어들이 쓰여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분명히 자각되지 않는다. 좋은 걸로 주세요. 그런데 몇 시까지 하죠? 열 두시까지라는 답을 듣는다. 휴대폰 화면을 켜본다. 아홉 시 삼 십 칠 분이다. 이곳은 지하에 위치하고 있어 거리에 한참 내리고 있을 눈이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하우 하이 더 문’으로 곡이 바뀌었다. 테이블 앞의 무대에는 무명의..
소설/짧은 소설 2014. 1. 15. 09:08
최근에 올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