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 셋째날
셋째날 딸아, 오늘은 특히 피곤하구나. 무리해서 산행을 한 탓이겠지. 아무튼 아빠는 약속을 지켰다. 부석사에 다녀왔단다. 시외터미널에서도 한참을 버스를 타고서야 닿을 수 있는 곳이지만 어릴적부터 종종 다녀오던 곳이었단다. 나는 공대생이었지만 아주 잠깐 고시 공부를 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 할아버지의 부탁으로 이곳 부석사에 방을 하나 얻어 기거한 적도 있었어. 아들이 고시 공부를 하겠다니까 할아버지는 무척 신이 났던 모양이다. 나는 고작 2개월만에 하산해버렸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 2개월의 시간은 내 마음 속에 뚜렷한 기억을 남겼다.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사람에게는 꼭 하나씩 있게 마련일 거다. 네게도 그런 기억이 있을까. 없다면 아마도 언젠가 그 기억이 너를 찾아 올 게다. 부석사 버스정류장..
소설/짧은 소설 2012. 1. 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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