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 신경숙, 유키 구라모토
* 영하 두 자리 수 아래까지 떨어졌던 기온이 한 자리로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베란다에 전 세입자가 걸어두었던 낡은 블라인드를 떼어내고 나니 햇살이 와락 밀려듭니다. 거실 겸 책방에 놓인 하얀 소파에 앉아 있으니 봄이 온 것만 같습니다. 햇살은 이리도 따뜻한데 며칠 전부터 마음은 허허롭기 그지 없습니다. 갈피를 잡지 못한 마음은 이리 굴러갔다 저리 굴러갔다 합니다. 왜 이런가 궁리를 해보지만 답이 안 나옵니다. 그저 계절 탓이려니 해버리고 맙니다. 점심을 조촐하게 차려 먹고 오랜만에 차를 준비합니다. 스누피가 그려진 스테인리스 포트에 물을 끓이고 오래전 한 스님께 선물로 받은 다기를 티테이블로 쓰는 상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차 주전자에 끓인 물을 따르고 기다렸다 차 그릇에 옮겨 받았습니다. 햇빛이 반짝..
산문/에세이 2012. 2. 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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