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만 있던 일요일
오후만 있던 일요일 내내 비가 온다. 길 위로 엎질러진 네온이 흐른다. 꼭, 밟으면 신발 둘레에 알록달록하니 묻어날 것만 같다. 후둑후둑 떨어지는 빗소리에 거리의 요란한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웅성거림 소리가 볼륨을 줄인다.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내 귀에다 꽂는다. 이어폰 줄에 매달려 있는 리모컨을 이용해 음악을 켠다. 들국화의 ‘오후만 있던 일요일’. 전인권 씨의 슬픔이 끓는 듯한 목소리가 차분한 투로 들려온다. 노래 마디마디에 빗줄기 소리가 새어들어왔다. ‘오후만 있던 일요일 예쁜 비가 내렸네… 생각없이 걷던 길 옆에 아이들이 놀고 있었고…’ 일요일은 늘 오후만 있는 것 같애. 재현이 말했다. 음, 그런가? 재현이 피식 웃었다. 학교 도서실은 여전히 허술하게 텅 비어 있었다. 우리는 익숙하게 문예부 쪽으로..
소설/짧은 소설 2014. 1. 5.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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