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킹콩 3
3 아버지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의사는 해볼 것은 다 해보았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물론 그 준비운동의 비법은 공개하지 않았다. 언제나 인생의 핵심 비법은 비공개 영역이었다. 스스로 터득하는 수밖에 없었으며, 스스로 터득한 것을 비법이라고 믿는 수밖에 없었다. 갈라보기 전의 수박처럼 인생은 망막했으며, 근원적으로 피로했다. 아버지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고, 시선은 창밖의 새를 좇았다. “새를 한 마리 사줄까요? 하얗고 작은 새로 말이에요. 그런 새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다음에 올 땐 스위트피 화분도 하나 가져다 줄게요. 책은 읽을 수 있어요? 황석영이 새 소설을 썼어요. 아, 황석영 좋아하던가. 이문열 쪽이 나으려나요? 얼마 전에 박완서 선생이 돌아가셨어요. 박경리 씨 돌아..
소설/짧은 소설 2011. 7. 26.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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