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선물을 잘못 사오거나 모자를 내려놓은 남자 2
모자를 내려놓은 남자는 아무 대답이 없다. 깔끔하게 무시당하는 일쯤 한 두 번 겪은 것이 아니다. 허나 기대가 컸던 만큼 허탈감도 컸다. 모자를 내려놓은 남자라면 반드시 응해줄 거라고 믿었는데… 결국 나는 또 다시 동네 꼬마들을 유혹하러 다니는 수밖에 없다. 모자를 내려놓은 남자 옆에 레모네이드를 내려놓고 조리대로 돌아올 때까지도 사실 기대를 완전히 포기하지 못한다. 조리대로 설거지 해야할 접시들의 산을 보는 순간, 비로소 현실감이 돌아온다. 마치 3년 이상 만나던 남자에게 실연 당한 비련의 여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모자를 내려놓은 남자는 유리벽을 바라보며 레모네이드를 금세 다 마셔버리더니 곧 카페를 떠난다. 그가 앉았던 테이블을 행주로 닦으며 조금 눈물을 모집한다. 어째서 나는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
소설/짧은 소설 2014. 9. 1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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